〈즐거운 사라〉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일부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이 통탄할 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님을 여실히 입증하는 판결문이다.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학교 정문 앞에서 '두발단속'을 하던 선도부장이 읊을 만한 내용을 대법원 판결문으로 작성했다.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의 판매금지 조치가 해제되었으면 한다.
한국 사회는 외설적인(?) 예술을 규제해왔다. 멀리는 1950년대 정비석의 〈자유부인〉에서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염재만의 〈반노〉, 가까이는 장정일의 〈아담이 눈들 때〉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외설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고발 내지는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외설적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예술을 탄압하는 것은 예술과 사회의 경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예술은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서는 안되며, 그리하여 사회적으로 불온한 것은 예술에서도 표현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주류 예술관이다.
귀여니는 『그놈은 멋있었다』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는다. 몇몇 작품이 눈길을 끌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안타까운 건, 지금까지도 이런 류의 스토리가 문학이 아닌 저급한 콘텐츠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스터리 문학이 이에 포함돼 있었다. 지금에서야 히가시노 게이고 등 유명한 일본 작가들 덕에 조명 받고 있는 듯하지만, 이미 늦었다. 미스터리 분야 한국 작가는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귀여니의 승승장구에 꿈을 포기한 순수문학 작가지망생들보다 귀여니가 받은 맹비난을 목도하고 장르문학을 포기한 이들이 아쉽고 또 문학계의 큰 손실로 느껴지는 이유다.